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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y·개념·2026-04-10

테슬라는 빠지고 스페이스X는 사상 최대 IPO — 시장이 머스크 제국을 둘로 가르는 이유 (1편)

테슬라는 2026년 들어 주가가 20% 빠졌고, 스페이스X는 1.75조 달러 사상 최대 IPO를 준비 중입니다. 같은 머스크 CEO가 이끄는 두 회사를 시장이 정반대로 평가하는 진짜 이유를 FSD·Waymo·중국 시장 데이터로 분석합니다.

2026년 4월 첫째 주, 두 가지 사건이 거의 같은 시점에 시장을 흔들었습니다. 한쪽에서는 테슬라가 1분기 인도량 부진과 사상 최대 재고 적체로 주가가 연초 대비 20% 빠졌고, 다른 한쪽에서는 스페이스X가 1.75조 달러 밸류에이션, 최대 750억 달러 조달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 IPO를 6월 상장 목표로 준비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사우디 아람코의 256억 달러 기록을 세 배 가까이 깨는 규모입니다.

같은 일론 머스크가 CEO인 두 회사인데, 시장의 평가는 정반대 방향으로 갈리고 있습니다. "머스크 리스크가 한쪽만 누른다"는 단순한 설명으로는 부족합니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FSD와 자율주행 시장에서 지난 1년 사이 조용히 일어난 변화에 있습니다.

잠잠해진 줄 알았던 FSD, 사실은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요즘 FSD(Full Self-Driving) 얘기가 예전만큼 뜨겁지 않게 느껴진다면, 그건 FSD가 멈춰 있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테슬라는 2025년 6월부터 텍사스 오스틴에서 로보택시 상용 서비스를 초청제로 운영 중이고, 2026년 1월부터는 일부 차량을 무인 모드로 전환하기 시작했습니다. 4월에는 FSD v14.3을 배포해 반응 속도를 20% 끌어올렸다고 발표했습니다. 누적 주행 거리는 83억 마일을 넘어섰습니다.

문제는 그 사이 다른 회사가 훨씬 멀리 가버렸다는 점입니다.

머스크가 시도한 길 — Tesla를 자동차 회사가 아닌 SDV 회사로

지난 몇 년간 머스크는 분명히 한 가지 방향을 가리켰습니다. 테슬라는 단순한 자동차 제조사가 아니라 AI·소프트웨어 회사이며, FSD를 다른 자동차 회사들에게 라이선스로 팔겠다는 비전이었습니다. 2024년 4월에는 "메이저 OEM 한 곳과 협상 중이며 연내 사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직접 언급했습니다.

이 시나리오가 성공했다면, 테슬라는 정말로 자동차 회사가 아닌 자동차 산업 전체의 운영체제를 공급하는 회사로 다시 평가받았을 겁니다. iOS가 스마트폰 산업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시장이 자동차 회사 멀티플 대신 소프트웨어 플랫폼 멀티플을 적용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동안 Waymo가 도착해 버린 자리

그런데 그 사인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2025년 11월 머스크 본인이 X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I've tried to warn them and even offered to license Tesla FSD, but they don't want it!" (경고도 해봤고 라이선스도 제안했는데, 그쪽이 원하지 않는다)

협상 상대로 추정되던 포드의 짐 팔리 CEO는 공개 인터뷰에서 *"Waymo가 더 낫다(Waymo is better)"*고 답했고, 토요타는 결국 Waymo와 자율주행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

숫자를 보면 그 이유가 분명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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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목테슬라 로보택시Waymo
정식 운영 도시1개 (오스틴, 초청제)10개 (SF·LA·피닉스·오스틴·애틀랜타·마이애미·댈러스·휴스턴·샌안토니오·올랜도)
주간 유료 라이드비공개약 50만 건
주간 무인 주행 거리비공개400만 마일
2026년 추가 도시 계획7개 메트로 파일럿라스베이거스·내슈빌·DC·디트로이트·런던·도쿄 등

테슬라는 여전히 "기술 데모" 단계에 있고, Waymo는 "사업" 단계로 넘어갔습니다. 시장이 테슬라를 자동차 회사 멀티플로 깎고 있는 건, 자동차 회사로 "착각"해서가 아니라 머스크가 가려 했던 그 다음 자리를 일단은 Waymo에 내준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게임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Waymo가 사전 매핑·고정밀 지도·라이다에 기반을 둔 반면, 테슬라는 카메라 비전만으로 일반화를 노리는 다른 노선입니다. 한 번 따라잡는 순간 확장 속도는 더 빠를 수 있습니다. Wedbush는 600달러, Stifel은 508달러 목표가를 유지하고 있어 시장이 이 옵션 가치를 0으로 보지는 않고 있습니다.

그래도 테슬라가 식지 않는 한 곳 — 중국

흥미로운 건 미국이나 유럽이 아니라 중국입니다. BYD를 비롯해 가성비 압도적인 자국 EV가 즐비한 시장에서, 2026년 1~2월 테슬라 중국 판매는 전년 대비 35%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BYD 판매는 36% 감소했고, 테슬라의 중국 BEV 시장 점유율은 13.74%로 2024년 4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새 냉전 시대 포트폴리오를 정리한 글에서도 짚었지만, 이 데이터는 단순한 판매 숫자 이상입니다. 중국 소비자들이 자국 정부 지원금까지 포기하면서 테슬라를 산다는 것은, 가격 경쟁력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 — 브랜드, 소프트웨어, 충전 인프라, 혹은 그냥 머스크라는 인물 자체에 대한 신뢰 — 가 작동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깎이는 것이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와 결부된다면, 중국에서 반등하는 것은 그 정치색이 거의 작동하지 않는 시장이라는 점이 한 가지 답이 될 수 있습니다.

스페이스X가 다른 평가를 받는 이유

같은 머스크인데 스페이스X는 왜 다른가. 핵심은 "실행이 손익계산서에 보이는가"입니다.

  • 스타링크: 2026년 2월 가입자 1,000만 명 돌파, 연 매출 240억 달러 전망. 스페이스X 전체 매출의 50~80%를 차지
  • xAI 흡수: 2026년 2월 1.25조 달러 평가로 합병 — IPO 가치에 AI 프리미엄까지 얹힘
  • 자금 사용처: 스타링크 발사 빈도 확대, 궤도 AI 데이터센터, 영구 달 기지 초기 작업
  • 간접 노출: Founders Fund 10.4%, Fidelity 10.2%, 알파벳/구글 7.5% — 알파벳은 1분기 실적에 SpaceX 평가이익 80억 달러를 반영

테슬라 FSD가 5년째 "올해는 진짜"를 반복하는 동안, 스타링크는 매 분기 가입자와 매출이 실제로 늘어났습니다. 2년 전 SpaceX와 Rocket Lab의 차이를 정리한 글을 썼을 때만 해도, SpaceX가 위성 통신을 매출 기둥으로 만들 거라고 예상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시장이 스페이스X에 사상 최대 IPO를 받아주는 이유는 "우주가 멋있어서"가 아니라, 손익계산서에 실제 매출이 찍히기 때문입니다.

정리 — "머스크 리스크"는 한 덩어리가 아니다

여기까지 보면 이런 그림이 그려집니다.

  1. 시장이 머스크를 통째로 디스카운트하는 게 아니라, 프로젝트별로 다르게 베팅하고 있습니다
  2. 테슬라는 "자동차 + 안 팔린 라이선스 + 아직 상업화 못 한 자율주행"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3. 스페이스X는 "이미 매출이 찍히는 위성 통신 + 옵션 가치가 있는 우주 인프라"로 평가받습니다
  4. 양쪽 모두에서 머스크라는 인물의 비중은 크지만, 시장은 그 비중을 동일하게 적용하지 않습니다

투자 의사결정을 위한 글이 아니니 결론은 여기까지로 두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사족을 붙이자면, 저는 테슬라에 실망할 일이 점점 늘어나는데도 포지션을 다 비우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1월 마라라고에서 트럼프와 다시 만나 *"2026 will be amazing"*이라고 트윗하는 머스크의 사진을 보면, 이 인물에 베팅한다는 건 결국 회사 자체에 베팅한다기보다 머스크라는 사람의 다음 한 수에 베팅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운데 못 빼는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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