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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f-Growth·실행·2026-05-15

관리자가 되고 나서야 알게 된 — ‘왜 우리 팀장은 그랬을까

팀장이 되고 나서 비로소 이해되는 결정들이 있습니다. 신입 때 답답했던 팀장의 행동, 매니저 자리에 와보니 보이는 진짜 맥락을 솔직하게 정리했습니다.

📖 40대 관리자의 실전 노트 — 전체 보기 ▶ 1편: 관리자가 되고 나서야 알게 된 — ‘왜 우리 팀장은 그랬을까’ (이 글) 2편: 40대 관리자가 처음 배운 1on1 — 매뉴얼은 왜 안 통하는가 3편: 신입에게 일 시키는 4가지 방식 — ‘믿고 맡긴다’가 실패하는 이유 4편: 신입에게 AI 도구를 가르치는 법 — 처음부터 잘못 가르치면 평생 못 고친다 5편: 데드라인 협상하는 법 — ‘못 합니다’ 대신 쓰는 3가지 문장 6편: 연봉 협상 한 번 해본 사람이 알게 되는 것 — 액수보다 중요한 3가지

신입 시절, 팀장의 결정 중 도무지 이해 안 되던 것들이 있었습니다. “왜 저런 결정을 하지?”, “왜 저렇게밖에 못 하지?” 라고 속으로 답답해했던 장면들이요. 그런데 막상 제가 그 자리에 와보니, 그때 답답해했던 것들의 절반쯤은 이해가 됩니다. 나머지 절반은 여전히 이해 안 되지만, 그것마저 다른 이유로 이해됩니다.

팀장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된 것들을 정리해봅니다.

신입 시절의 나는 이렇게 봤다

회사 생활 초반에 가장 답답했던 장면들은 대략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 결정이 느렸다. “이건 누가 봐도 A인데 왜 회의를 세 번이나 해?”
  • 명확한 답을 안 줬다. “그러면 이렇게 갈까요?” 물으면 “조금만 더 보자”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 이상한 곳에서 시간을 썼다. 우리 팀과 무관해 보이는 회의에 들어갔고, 본인 일에는 시간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 편애 같은 게 보였다. 같은 실수를 해도 누군가에게는 한마디만 하고, 누군가에게는 길게 말했습니다.
  • 결정의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 “위에서 그렇게 하라고 해서”라는 한마디로 끝났습니다.

당시에는 이게 모두 팀장의 무능 또는 회피처럼 보였습니다. “내가 팀장님이면 저렇게는 절대 안 할 거야”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관리자가 되고 보니

같은 장면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깨달은 건 “빠른 결정이 항상 좋은 결정은 아니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신입 시절에는 결정에 들어가는 정보가 두 가지였습니다. 문제와 해결책. 그런데 관리자의 결정에는 최소 다섯 가지가 들어갑니다.

항목신입 시절 시야관리자 시야
문제 자체✅ 본다✅ 본다
해결책✅ 본다✅ 본다
팀원별 컨디션·역량 분배❌ 안 보임✅ 결정 변수
상위 조직의 정치적 맥락❌ 안 보임✅ 결정 변수
3~6개월 뒤의 파급 효과❌ 안 보임✅ 결정 변수

“이건 누가 봐도 A인데”라고 느꼈던 결정 중 절반은, 사실 A로 가면 안 되는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다만 그 이유를 팀원 전원에게 매번 설명하기는 어려웠던 것뿐입니다. 시간이 부족했거나, 설명 자체가 다른 사람의 신뢰를 깎는 일이었거나, 혹은 그냥 말로 옮기기 어려운 직감이었습니다.

이해되는 것 — ‘그때는’ vs ‘지금은’

회고 메모를 정리하다 보니, 같은 행동을 두 가지 시선으로 다시 쓰는 작업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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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시절 — ‘그때는 이렇게 봤다’관리자 — ‘지금은 이렇게 보인다’
결정을 미루기만 한다정보가 다 모이지 않은 상태에서 결정하면 더 큰 비용이 든다
답을 안 주고 회피한다답을 주는 순간 팀원이 그 답에 갇히는 게 더 위험할 때가 있다
다른 회의에 시간을 너무 쓴다그 회의가 우리 팀의 다음 분기 예산을 결정한다
누구는 봐주고 누구는 안 봐준다같은 말이라도 어떤 사람에겐 짧게, 어떤 사람에겐 길게 해야 들린다
위에서 시켜서라며 이유를 안 알려준다위에서 받은 정보를 다 전달하면 팀원이 일에 집중을 못 한다

이 표를 쓰면서 느낀 것은, 신입 시절의 제 판단이 틀린 게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그 시야에서 보면 그렇게 보이는 게 자연스러웠습니다. 다만 시야가 좁았던 거고, 시야가 좁은 줄도 몰랐을 뿐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이해 안 되는 것

물론 모든 게 이해되는 건 아닙니다. 관리자가 되고 나서도 여전히 답답한 결정들이 있습니다. 다만 답답한 이유가 달라졌습니다.

신입 때는 “팀장이 무능해서 저런다”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사람이라서 저런다”고 생각합니다. 본인 컨디션이 안 좋아서, 어제 윗선에서 한 소리 듣고 와서, 가족 일로 마음이 무거워서, 또는 그저 그 결정의 비용을 잘못 계산해서. 매니저도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그 자리에 와봐야 알게 됩니다.

Gallup의 State of the American Manager 분석에 따르면, 팀원의 업무 몰입도 변동의 약 70%가 매니저 한 사람에게서 비롯됩니다. 같은 자료에서 갤럽은 “매니저의 천부적 재능을 가진 사람은 10명 중 1명에 불과하다”고도 말했습니다. 나머지 9명은 어떻게든 배우면서 그 자리를 채워가는 셈입니다. 신입 시절에 만났던 그 답답한 팀장들도, 사실은 그 9명 중 한 명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알게 된 것

자리에 와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건 진부한 말이지만, 직접 그 자리에 앉기 전에는 그 진부함을 진부함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앉아본 뒤에야 그 진부함이 사실은 압축된 경험이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신입 시절의 저는 팀장에게 한 가지를 더 요구했어야 했습니다. “왜 그렇게 결정했는지 한 줄이라도 알려달라” 고요. 지금 제가 팀원에게 가장 자주 듣고 싶은 말도 그것입니다. 결정을 받아들이는 것과 결정을 이해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고, 후자가 있을 때 팀은 더 단단해집니다.

이전 글 에서 40대 관리자 시점으로 세대 변화를 살펴봤다면, 이번 글은 그 시점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회고에 가깝습니다. 결국 매니저의 결정은 그가 살아온 자리들의 합입니다. 신입의 자리에서 한 번, 매니저의 자리에서 한 번, 그렇게 자리를 옮겨가며 보는 풍경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 좋은 협업이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문득,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제목 하나는 깊게 남는 영화가 떠오릅니다. 홍상수 감독의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2015) — 어순을 뒤집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로 부르고 싶을 만큼, 정말 제목 하나는 기가 막힙니다. 신입 시절의 시야도 그때는 맞았고, 지금의 시야도 지금은 맞습니다. 자리가 바뀌면 풍경도 바뀐다는 것을 잊지 않는 일이, 어쩌면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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